팔랑마을.
하늘아래 첫 동네.
지리 북부의 심산유곡이다.
늦게 해뜨고 일찍 해거름되어 산 그늘 드리면 이내 칠흑같은 어둠이 마을을 감싸 산짐승의
울음소리만 밤을 새고 나갔으리라.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니 춘궁기 견디지 못한 아낙은
자식들 마져 팽개치고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친 일은 없었을까?
그러나 지금은 청정바람과 녹색물결의 터 로 가진자들이 별장터로 군침들을 흘린다나...
금쪽같은 산나물과 산약초를 말려 세상에 내다팔아 자식들 대학도 보내고 혼인도 시킨다.
그래서 여기 팔랑마을 사람들도 지리산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니 영원한 어머니의 산 지리산
은 방장산답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을 가슴으로 보듬어 간다.
한뼘 남짓 파란하늘 아래 개간한 돌무지 밭엔 노다지 고사리가 자라고 현대식 주택에 밀려나
딱 한채 남은 갈대지붕의 초막집엔 대처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다 모였는지 마당 평상엔 김
모락모락피는 산채 아침 밥상이 일찍 집을나선 산객의 배를 요동치게 한다.
무시로 화신은 먼곳 가까운 곳 사방 그 향을 바람에 실어 보낸건지 이른 아침인데도 외지의
차량들로 고요한 팔랑마을은 북새통이다.
연로하신 노 부부도 자식들과 손자들을 앞세우고 무심코 따라 나선 팔랑치 절쭉길을 가지만
된오름길을 만나면 어떻게 하실건지 산객은 걱정이 된다.
팔랑마을에서 철쭉군락지 팔랑치간의 거리는 왕복 6km지만 좌우 정령치를 가는 세걸산쪽과
바래봉을 다녀 올려면 상당한 거리와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팔랑마을에서 팔랑치로 오르는 등산로는 철쭉기간인 5. 31. 까지만 한시적으로 개방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팔랑마을에서 팔랑치로 가는 등산로 초입은 마을 입구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가는 임도다.
지붕 갈대로 얹혀진 초목집뒤를 돌아 나가면 개간한 고사리밭이 나오고 곧이어 산자락에 발을
들여놓았다. 초록의 잎사귀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눈부신 숲길을 10여분 오르면 맑은물이 고단
한 발걸음마져 쉬게하여 속세를 잊는 계곡이 산객을 반겨 반석에 앉아 목젖을 적신다.
서울.광주.울산등등 도전하듯 밀려드는 산객들 오늘도 아마 꽃보다 사람이 더 많아 팔랑치는
사람들의 물결과 분홍물결이 어우려져 또 하나의 그림을 만들것 같다.
오솔길 같은 산길 무념으로 올라 산중반부에 도착하자 철쭉길로 오르는 이정표가 해묵어 더욱
정이가는 친구처럼 반갑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병꽃도 그리고 하얀 물봉선인지 들꽃 또한 산객을 따라 오르니 등줄기와 이마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마져 살갑게 느껴진다.
50여분을 올라 팔랑치 아래에 도착했다.
귓전으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
탄성과 아쉬움이 묻어나는것 같아 올라서니 이런 철죽은 겨우 60%정도나 피었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봉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두같은 봉우리에 탄성을 질렀고 활짝 피어
만개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때 이름에 한숨섞인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밝다.
하늘과 맞닿은 세걸산 마루금에도 정령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정원을 닮은 세걸산길 철쭉도 겨우 망울만 품고 아직 도래질을 하고 도열해 있다.
분홍길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능선에서 댕기머리를 한 학동과 목장에 삿갓 그리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구름밟듯 여여로히 산길가는 가족들을 만났다. 지리 청학에서 왔을까?
너무도 여유롭게 보여 산객의 눈엔 이들은 학으로 보였다.
아직도 산마루엔 바람이 차다. 달리 지리겠는가? 그래서 황매에 분홍물결이 사라질 무렵에야
팔랑치는 분홍바다가 되는것 이다.
아직 팔랑치는 철쭉이 만개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팔랑치가 쇠락해 보이지는 않는다.
망울 맺은 철쭉은 다시 기다림이 되어 일주일후를 아니 5월말 까지 사람들을 만날것이다.
그리곤 그 후 이 능선엔 드문드문 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나 할련지...
2007. 5. 13. 세걸산 밑 팔랑치에서 雲岳/ 기산들
세걸산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댕기머리를 한 아이와 흰수염에 도포자락을 날리며 여여로히
산길을 걷는 가족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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