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매일 운항하고 있는 유럽의 관문,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해 꼬치꼬치 캐묻는 입국심사장을 통과할 때면 약간 이른 저녁 시간이 된다. 여러 가지 얼굴을 한 런던을 찬찬히 둘러보기 전에, 짐이 가볍다면 곧장 코벤트 가든으로 향하는 것이 어떨까?
코벤트 가든은 런던의 한가운데라 할 수 있는 피카디리 서커스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차이나타운인 소호와 인접한 곳이다. 히드로공항에서 열차나 지하철을 이용해 1시간 남짓 걸리는 이 광장을 통해 런던과의 첫 만남을 가진다면, 장시간 비행의 피로감을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광명소로 꽤 알려진 코벤트 가든은 앞서 언급한대로 정원이 아니라 광장이다. 그냥 광장이 아니라 여행객들을 위한 모든 게 있는 광장이라 할 수 있다. 코벤트 가든으로 명명된 지하철역을 나올라치면 먼저 갖가지 거리 공연과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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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트 가든에서는 휴먼 스태츄, 마술, 마임 등 여행객들의 피로를 씻어주는 다양한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 '가든'이지만 '정원' 아닌 '광장'
기묘한 복장과 모습을 한 사람들의 열정에 감탄해 파운드로 환전할 때 적지 않게 놀랐던 환율도 잊고 호주머니 속의 동전을 끄집어내게 마련이다. 긴 여행에 출출하다면 인근의 음식점이 해결해 준다. 별로 먹을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영국 음식이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각국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코벤트 가든이니까.
호주머니가 부담이 된다면 본격적인 저녁시간이 되기전인‘해피아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각 식당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음식 값을 상당히 할인해주는‘해피아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런 간판을 내단 식당들을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출출해진 배를 채웠다면 뮤지컬 공연 할인티켓을 파는 창구 앞에 줄을 서보는 게 어떨까? 코벤트 가든 주변은 갖가지 뮤지컬을 접할 수 있는 문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라이언 킹’을 비롯해 익히 알려진 뮤지컬 공연 전용 극장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 당일 공연 표를 구하는 건 쉽지 않지만 운이 좋다면 직전에 환불된 표를, 그것도 아주 싸게 구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광장 중앙에 자리 잡은 코벤트 가든 마켓 안으로 들어간다면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액세서리에서부터 어린이 용품까지 그야말로 비싸지 않아 더 마음에 드는 것들 일색이다. 굳이 사지 않아도, 이국적인 물건들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들어온 값어치를 하는 곳이다.
마켓 주변으로는 노천카페들이 즐비하다. 서서 구경하기에 무릎이 팍팍해 온다면 한잔 차에 쉬어 갈 수 있는 쉼터다. 무명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흥겨움이 여전히 귓전을 떠나지 않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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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중앙에는 차 한잔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노천카페가 즐비하다. |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그곳
광장 한쪽에 눈길을 끄는 게 또 있다. 바로 교통박물관이다. 그런데 교통박물관은 박물관으로서보다는 영화‘마이 페어 레이디’의 무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드리햅번이 분한, 꽃 파는 아가씨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무대가 바로 이 곳인데, 영화 속의 꽃집이 교통박물관이 돼 관람객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명소가 된 코벤트 가든의 역사를 아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원래 이곳에는 런던에서 가장 큰 야채시장이 있었다. 야채시장은 300년 이상 명맥을 이어갔지만 땅값이 지속적으로 치솟자 시 외곽으로 옮겨가게 됐다.
이곳의 땅값을 치솟게 한 시초는 17세기부터 시작된 재개발이다. 당시 베드퍼드 4세 백작이 이곳을 새로운 거리로 조성하기 시작했는데, 광장의 형태로 꾸민 인물은 건축가 이니고 존스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코벤트 가든을 이탈리아 형식의 광장으로 건설했다. 코벤트 가든을 재개발하기 위해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며 연구한 뒤였다.
이니고 존스의 건축 설계는 런던의 다른 거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32년엔 이곳에 극장이 개관하면서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한다. 1734년부터 1737년까지 프리드리히 헨델이 음악 책임자로 있었는데 당시에는 오 페라가 주로 공연되다가 후에는 연극으로 초점이 변화했다.
비 오는 날은 펍이 제격
이 극장은 불이 나기도 하고 폐관된 적도 있는데, 우여곡절 끝에 오페라하우스로 거듭났다. 지금 광장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오페라하우스의 간판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그 명성에 따라 두리번거리며 찾는 관광객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마주칠 것이다.
어둠이 깔리면서 심술궂은 영국 날씨가 비를 뿌린다면 부근 선술집 펍을 찾아보자. 사실 술집 안에서 영국인 손님들을 찾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워낙 관광객들이많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갖가지 언어들이 실내를 울릴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영락없는 영국의 선술집 그대로다.
생맥주 한잔이면 충분한 펍들은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인 템즈 강변까지 간판이 이어지고 있다.
런던과의 첫 만남을 코벤트 가든과 한다면 런던의 여러 얼굴을 짧은 시간에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장겸 / 문화방송 런던 특파원>
▶서울~런던 대한항공 매일 운항(11시간 5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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