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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은 피서철 北은 150일 전투

마니쏘리 2010. 6. 14. 11:17

 

 

 

남한에 와서 참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여름철만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심리였다. 북한에서 여름에 가족과 함께 일주일간 휴가로 바닷가에 휴가 다녀오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평양이나 일부 특권층은 황해도 과일군에 만들어진 평양시 전용 해수욕장에 가기도 하지만 그것도 가족끼리가 아닌 직장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의 휴가 개념이 아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바다에서 휴일에 해수욕을 즐기는 경우는 있지만, 내륙 지방 사람들이 바닷가에 휴가 나온다는 말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여행 사유가 휴가라면 아예 여행증 자체가 발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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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월 해양체육월간을 맞아 물놀이를 즐기는 평양 제4소학교 어린이들. 가족과 물놀이 장을 찾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릴 적 여름철 이모네 집(남포시)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 있는 와우도 해수욕장에서 하루 놀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평양시 동대원구역 물놀이장에서 방학때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 간 적은 있어도 가족과 함께 간 기억은 전혀 없다. 어릴 적 부모님과 어디 휴가를 다녀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휴가를 다녀오면서 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휴가행렬을 보노라면 노는 것도 고역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휴가가 있어 인생의 추억도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몇년간 휴가 문화에 적응 못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여름철에 바닷가에 가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 정도로 여름휴가가 좋아졌다.

 

장맛비가 그치기 시작하자 대한민국은 이제 본격 휴가철에 들어갔다. 다들 피로를 씻고 재충전을 위한 휴가에 들떠 있다.


이런 남한의 피서철에 북한에서는 150일 전투가 한창이다. 휴가는 고사하고 주말 휴일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면서 인민들을 달달 볶는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최근 북한에 있는 지인과 통화하면서 “남쪽에서도 전쟁연습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인에게 “전쟁은 고사하고 여름철 휴가 가느라 정신없다.”고 말하자 김정일이 인민을 향해 사기 치는 것은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근거 없는 선동으로 인민들을 못살게 하는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북한에서는 전쟁연습에 150일 전투로 사람들을 쥐어짜고 있다.


김정일 와병 이후 핵실험에 미사일 발사로 온갖 쇼를 다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에 국가권력 기관이 궁핍해지자 무너지는 시스템을 막기 위해 인민들을 내몰아 식량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반(反)항공 훈련을 매일같이 하며 마치 미국과 남한이 전쟁이라도 일으키려고 하는 것처럼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남쪽에 와서 살면서 느끼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휴가라는 의미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다.


김정일이란 사람, 자기는 온갖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인민들에게는 최소한 여름휴가 갈 자유는 줘야 하지 않을까? 하긴 하루 세끼 밥도 못 먹으면서 휴가 타령이 나올 수 없겠지만, 추억이 없는 인생은 인간다운 생이라 말할 수 없다.
한반도 북쪽에 별 희한한 독재자가 장기집권하면서 2300백만 우리 동포들의 인생이 너무나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