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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마니쏘리 2010. 7. 14. 17:31

풍류(風流)에 인정(人情)이 덤으로 얹혀지는 곳
보길도, 그 섬에 내가 있다.①


보길도의 해오름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강한 생명력...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찬란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어두컴컴한 해무를 뚫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해오름은 아주 느린 속도로, 아주 은은하게 온 바다를 뒤덮는 묘한 비경을 자랑한다. 붉은 햇덩이가 푸른 바다와 하나 되는 순간 수평선 저 끝에서 출렁거리는 불그스름한 금빛 파도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깊이, 더 깊이 그 강한 생명력에,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있었다.

보길도 가는 길은 아기자기한 섬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보길도는 주로 땅끝에서 승선한다

참 대단하다. 보길도 여행을 생각한다는 것!

우리나라 최남단 해남 땅끝 마을, 그것도 모자라 배로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밟을 수 있는 땅,보길도. 쉽게 접해보지 못하는 섬을 여행한다는 건 아마도 어릴 적 언니로부터 물려입던 옷 대신에 어머니가 오직 나를 위해 사 주신 옷을 맨 처음 입는 그 기분쯤 될까?
그러나 보길도를 향하는 여정은 생각보다 꽤 지루했다. 초고속을 자랑하는 KTX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목포, 거기서 또 해남 땅끝 마을로 가는 버스에 올라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억지 잠을 청한 후 2시간 남짓...드디어 땅끝(갈두항)에 도착했다. 아~ 한마디 감언도 하기 전에‘부웅하고 배가 방향 감 잃은 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보길도로 향하는 마지막 배를 놓쳐 땅끝 마을에서 민박을 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뻔 했다.
여기서 잠깐! 혹 보길도행 막배를 놓쳤다면 산양진(노화도)으로 우회해 가는 방법이 있으니 절대 손놓고 떠나는 배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지 말길...산양진은 노화도의 노화읍 반대쪽에 있는 포구로 산양진에서 하선하여 섬(노화도)를 10분 정도 횡단한다. 노화읍에 도착하면 앞에 보길도가 바로 코앞이다. 당연히 노화읍과 보길도를 왕복하는 배가 있기 때문에 걱정 뚝!

“자~싸게 싸게 올라오쇼. 아가씨, 보길도로 가셩? 여자 혼자서 참 대단허요"
억척스런 뱃사람의 말 속에 심심(深心)한 인정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보길도는 천혜관광지로 유명하다

“무릉도원이 무릇 여기로소이다”

배가 ‘부르릉’ 유난스런 소리를 내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 한참은 망망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잠시 후 아기자기한 섬들의 행진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45분쯤 흘렀을까? 배는 다시 “부~웅” 소리를 내며 설레임에 들뜬 승객들을 하나 둘 보길도, 신비의 섬 위에 올려놓았다.

아! 날이 저물어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이 흩어진데 흥청거리며 걸어가서
쩌거덩 쩌거덩 어야차
눈과 달이 서산에 넘도록 송창(松窓)을 기대어 있자


보길도 여행 덕분에 외우게 된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중 겨울 노래를 읊조리며 출사와 낙향이 거듭되는 중에도 안빈낙도의 삶을 살았던 그의 체취가 가득한 보길도의 아름다움을 좇아간다.

도산 윤선도가 풍류를 즐겼던 세연정 세연정 내에 세연지

“쪽배를 띄우리, 술잔을 기울이리, 세상 시름 잊고 즐겨보세..."
- 세연정과 고산 윤선도 문학체험공원 그리고 낙서재에서 -


청볕항에서 도로를 따라 쭈욱 올라가다가 염소가 노니는 부황마을을 지나면 곧이어 세연정이 나온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세연정 입구에서 좌로 가면 동천석실과 낙서재와 곡수당터가 자리해 있다. 푸른 대숲 너머 연못에 조성된 세연정은 윤선도가 쪽배를 띄워 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호사스러운 풍류를 즐긴 곳이다. 삼면이 연못으로 둘러싸인 정자의 오른쪽 옆으로는 두개의 너럭바위를 다듬어 동대와 서대라 하였는데 악공들의 음악과 무희들의 무용이 공연되는 무대로 사용되었다. 이 곳은 부용동 정원들 가운데서도 가장 멋진 공간이라 한다.

고산 윤선도 문학체험 공원
세연정 길을 따라 동천석실로 올라가는 중간에 고산의 문학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고산 윤선도 문학체험공원’이라는 돌비석을 볼 수 있다. 지역 사람들이 윤선도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뜻을 모아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들어오는 입구부터 높이 쌓은 탑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감 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40수가 계절 순으로 배열이 되어 천천히 산책하면서 볼 수 있는 세연정의 확대판으로 운치가 한결 더한 곳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윤선도가 글을 읽고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낙서재가 있는 데 현재 발굴 공사로 인해 터만 남아있을 뿐 어렴풋이 더듬어 볼 수 밖에 없다.

낙서재는 현재 복원공사 중이다 윤선도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원

발 아래 구름 흐르는 곳, 부용동 최고의 절승이라...
- 동천석실(洞天石室)에 서서’-

동천석실로 올라가는 길은 도보로 상당히 먼 길, 도보로 여행을 할 생각이라면 보길도 여행을 한 사나흘 정도로 넉넉하게 잡아야할 듯 하다. 한 40분 남짓 걸었을까? 동천석실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겨울 찬바람을 해치며 힘겹게 걸어온 기자를 반갑게 맞는다. 그 푯말을 따라가면 외길이 나온다. 잘 닦아놓은 길 때문에 이리저리 허둥지둥 헤맬 필요는 없다. 등산을 하듯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 산 중턱에 오르면 낭떠러지 바위 위에 홀로 선 집이 보인다. 윤선도가 가장 사랑한 곳. ‘동천석실'


윤선도가 가장 사랑한 공간인 동천석실 부용동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눈 앞에 거칠 것 하나 없이 부용동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그 묘한 감흥은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모두 잊게 만든다. 한 몸을 겨우 누일 만한 작은 전각. 그러나 그 공간이 바로 고산 윤선도가 어지러운 세상과 삶에 대한 지극한 미학, 풍류를 느끼게 한 곳이었단다. 구름조차 발 아래 흐르는 이 곳. 과연 몸이 가벼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신선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더 놀랄만한 것은 윤선도가 산 아래에 도르래 장치를 이용해 이 높은 곳에 음식을 나르기도 했다는 것.
부용동의 모든 경관이 완성되는 그 절정! 바로 동천석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 정보제공자: 한국관광공사 인터넷기자, 손은덕(jjanji23@mail.knto.or.kr)

>>>>>> 환상의 섬, 보길도 그 두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