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그리고 로프도 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낭떠러지 위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모두 이곳에서의 추락을 꿈꾼다. 오직 세상과의 인연은 발목에 묶인 로프뿐이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에 있는 카와라우 다리에서 벌어지는 약간은 무모한 이 행위에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 것일까?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간이 얼마나 큰지 재보기 위해서일까?
물론 다 아니다. 번지점프는 어쩌면 보는 사람들이 더 숨죽이며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이미 도전한 사람들은 번지점프야말로 최고의 레포츠이자 나를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번지점프는 더 이상 목숨을 건 도전이 아닌 넉넉히 품어줄 것만 같은 자연의 큰 품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번지점프를 해보지 않고 젊음을 과시하지 말라.

■ 여왕의 도시엔 여왕이 없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젊음이 있다.
한국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의 멋진 번지점프 모습을 촬영한 곳이 바로 뉴질랜드의 '퀸스타운'이다. 환상적인 자연환경과 전통적인 유럽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곳으로 특히 유명한 호수가 많다. 여왕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호수주변을 성벽처럼 둘러싼 더 리마커블스의 눈덮인 하얀 산정은 마음까지 고요하게 잠식시켜 준다.
이런 낭만적인 도시에서 조금은 과격한 젊음이 발산되는 번지점프 같은 레포츠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퀸스타운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카와라우강의 다리에 설치된 번지 점프대를 본다면 절로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안정성과 47m 높이의 아찔함을 자랑하는 이곳에선 고객이 원하는 신체부위까지 강물에 빠질 수 있도록 로프의 길이를 조정해 주는 친철까지 베풀어주기도 한다.
번지점프를 하게 되면 기념 티셔츠를 받게 되고, 점프비용 외로 별도의 비용을 내면 점프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입구에는 재미있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임신부와 노약자는 삼가해 주십시오, 겁먹어서 포기해도 환불은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한국어로도 적혀있다.
초보자들에게는 주로 앉은 자세나 뒤로 넘어지는 자세를 권하고 있는데 뜸을 들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당당하게 도전에 응한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점프 후에는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눈을 감으면 2,3초 밖에 되지 않는 일생 단 한번의 스릴과 쾌락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낙하 지점에 도달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재미있는 상·하 바운스가 4∼6번 정도 이루어진다. 거꾸로 보이는 세상… 사람들은 이때 무슨 생각들을 할까? 끝나면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부터 세상은 정말 살아볼 만 하다는 생각까지 다양할 것이다.
뿌듯함과 대견함이 마음속에서 쑥쑥 자라면서 이곳에서 발급해 주는 자랑스러운 증명서와 기념 티셔츠를 받게 된다. 앞으로 이 증명서는 평생 일상의 지쳐있는 마음과 몸을 충만한 에너지로 계속 채워줄 것이다.
■ 번지점프가 사회에 공헌하는 이유
번지점프에 대해 학자들은 번지점프를 즐기는 것은 마약이나 범죄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심리에서 출발한다고 분석한다. 새로운 흥분을 찾는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번지점프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즉 번지점프가 사회정화 부분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번지점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든 지금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지친 영혼을 자연의 공간 속을 날며 달랠 수 있고 자신감이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다는 것만 느낄 뿐이다. 그리고 추락하는 모든 것을 넉넉히 품어주었던 뉴질랜드의 따스한 자연을 영원히 기억할 뿐이다. 젊음의 열기로 활활 타오르는 퀸스타운에선 누구나 새가 되어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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