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로 세워 둔 야심찬 여행 계획 중 삼순이 한라산 등반을 대비코자 선택한 곳, '마니산'.
새로 산 등산화에 졸업한 이후에는 잘 걸치지 않았던 면바지도 차려입고 길을 나섰다.
명절마다, 계절마다 오고 간 강화도이건만, 마니산을 직접 오르긴 이번이 처음이다. ㅎ

하늘은 짱 하고 새들은 지저귀고. 오랜만에 걷는 산 길은 기분이 좋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참성단까지 오르는 두 갈래 길을 알려주는 팻말이 서있다.
좀 가파르나 짧은 코스인 '계단로'와 계단로보단 완만하지만 긴 '단군로'.
미리 검색을 통해 마니산 등반 때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계단로'로 올라 '단군로'로 내려오기로 결정하고 온 상태라 주저없이 계단로를 향해 발을 옮겼다. 사람들이 추천할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니까.

정상을 향해 걸은지 십분이나 지났을까. 벌써부터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얼마전부터 수영을 시작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운동을 한지가 꽤 됐으니 체력이 바닥이 됐을 터. 새삼 평소에 운동 좀 해놀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한참을 올라가니 기도원이 보이고, 드디어 그 옆으로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보니 문득 향일암에서의 끝나지 않는 계단의 악몽이 떠오른다. 가도 가도 끝이 없던 그 계단의 압박. ㅡㅡ;
마니산 계단도 향일암 못지 않을 것 같단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제와서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저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열심히~ 씩씩하게.

처음엔 그냥저냥 갈만했다.
하지만 연달아 나타나는 이놈의 계단, 계단, 계단. 일명 '미친 계단'이라 불리는 마니산 계단이 실체를 드러낸다.
45도는 훌쩍 넘겨버리는 가파른 경사에, 사람의 관절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도한 높이. ㅡㅡ;

게다가 중간 중간 나타나는 돌밭까지 섞여나와 정말 다양한 등산로를 보여주니, 연습 산행으론 정말 굿이야, 굿~~~! ㅡㅡ;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힘이 빠져 걸음이 굼벵이만큼 느려졌을 쯤, 단체로 온 무리들이 뒤쳐진 일행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정상에 쭈쭈바가 있다~!"

참성단은 정해진 기간 외에는 폐쇄시켜 놓은 상태라 참성단 옆 봉우리에 위치한 헬기장으로 올라갔다. 나무 하나 없어 직사광선이 바로 내리쬐는 땡볕이지만, 토요일을 이용해 산에 올라온 사람들이 작은 헬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정상엔 물론 쭈쭈바가 있었다. 탱크보이, 뽕소다는 1,000원.. 칡즙같은 건강음료는 2,000원.
올라올 때 본 커다란 배낭을 맨 총각 둘이 배낭에 쭈쭈바를 가득 채워 정상으로 날라오는 모양인데, 아이스 박스 두개 놓고 파는 좌판구조라 마니산 쭈쭈바의 시원함은 휴일, 그것도 사람이 많을 때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한마디로 마니산 쭈쭈바를 먹은 우리는 재수 좋았다 할 수 있다.
평일에 왔던 친구 동생은 쭈쭈바는 커녕 사람도 못봤다고 하니까. ㅋ
어째건 이 더위에 꼭대기까지 무거운 쭈쭈바 더미를 지고 올라온 총각들의 노고를 생각할 때 500원짜리 쭈쭈바의 2배 마진을 누가 부당하다하리요.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수월했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단군로와 계단로 사이 계곡길로 오긴 했지만. ㅋ
'미친 계단'의 가파름 때문에 초반 체력소모가 심하긴 하지만, 왕복 3시간 정도의 산행이라 가벼운 등산에는 딱 좋은 것 같다. 교통편도 편하고 경치도 좋고.
가벼운 등산을 즐긴다면 한번쯤은 와 보시라. 등산로는 많고 마니산은 즐겁다.


[마니산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산.
마리산(摩利山)·마루산·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한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해발고도 469.4m의 산으로, 강화도에서 가장 높다. 정상에 오르면 경기만과 영종도 주변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정에는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참성단(塹城壇:사적 136)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지금도 개천절이면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의 성화가 채화된다.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주변에 문화유적지가 많아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이 찾고 있다. 1977년 3월 산 일대가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