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북능선에서 운해의 한계령 너머 점잖게 앉아 있는 남설악 점봉산(1,424m)

설악산 개념도
한가위 연휴가 시작되는 9월22일 토요일 밤 10시 서울을 출발하여 설악산행기점이 된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날짜를 넘긴 23일 새벽2시10분이었다. 여타 무박산행의 일정이라면 곧바로 산행을 시작하여 천불동이나 백담사 또는
오색으로 하산하여 오후3시쯤엔 귀경길에 올랐을것이다. 이날은 추석연휴를 맞아 설악의 품에서 모처럼
하룻밤 묵어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비교적 여유롭고 낭만적인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나그네를 쏟아놓은 버스는 한계령 바로 아랫동네인 오색으로 전조등을 밝힌채 안개비를 헤치고 떠났다.
그리곤 전국에서 모여드는 산나그네들을 태운 버스가 하나둘씩 어두운 한계령에 속속 도착하여 한꺼번에 수십명씩 쏟아놓고 홀연히 떠나기를 반복한다.
동이 틀때까지 한계령휴게소 포장마차에서 몇잔의 커피와 소주1병을 번갈아 홀짝홀짝 마시며 시간을 때운다. 안개 자욱한 한계령에서 아침 6시30분까지 머물렀는데... 그때까지도 바람을 동반한 산안개는 몰려왔다 사라지는가
하면, 이내 숨고를 틈도 없이 또다시 쏴아~~밀려들곤 했다. 안개비와 함께..이제 출발이다. 그리던 설악산정으로~~~
산행코스는 개념도상의 푸른라인을 따라서 [한계령휴게소~서북능3거리~서북능선~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
소청봉~소청산장(1박)~봉정암~구곡담,수렴동계곡~~수렴동대피소~백담사~용대리]까지이며
총산행거리는 약21km이며, 총산행시간은 약13시간 안팎이 소요되었다.
봉정암 감로수를 수통에 채우고 구곡담, 수렴동계곡을 흘러 백담사로 내려서는 산행길은 몇년만에 다시찾은 코스라
잔잔한 추억이 밀려오기도 하였으며, 작년수해로 군데군데 계곡으로 휩쓸려 떠내려간 철계단시설물과 나무뿌리들이
그날의 참상을 대변해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물은 언제나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흘렀으며, 우뚝솟은 설악의 연봉들과 낙락장송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설악산에서_004[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41/241/25/%BC%B3%BE%C7%BB%EA%BF%A1%BC%AD_004%5B1%5D.jpg)
![설악산에서_003[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41/241/25/%BC%B3%BE%C7%BB%EA%BF%A1%BC%AD_003%5B1%5D.jpg)
한계령 휴게소의 새벽(왼쪽 빨간빛이 보이는곳이 산행기점)


설악을 대표하는 야생화 금강초롱도 산비에 촉촉히 젖어있었다.

한계령을 출발하여 0.5km 오른지점에서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새벽술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한계령을 출발하여 1km지점이며, 서서히 서북능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안개비는 그치고 드문드문 푸른하늘이 보였다 금방 사라지기도 하며...
중청대피소는 6,7km...대청봉은 중청대피소에서 가파르게 600m를 더올라야 할것이다.


가을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서북능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왼편은 1.6km 흘러 귀때기청봉에 닿고 더 진행하면 장수대에 도착할것이다.
나그네 갈길은 오른편 대청봉방향이다.




서북능선을 흐르며 공룡능선과 멀리 운무에 가려진 속초앞바다쪽을 바라본다.

용인에서 왔다는 산님이 카메라를 두고왔다길래 포즈를 취하게 하여 담아준다.
이메일로 전달해주었더니 연신 고맙다고 했다.

설악 서북능선에 운무와 함께 잘생긴 바위들도 앞다퉈 얼굴을 내민다.

![설악산에서_048[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41/241/25/%BC%B3%BE%C7%BB%EA%BF%A1%BC%AD_048%5B1%5D.jpg)

못내 아쉬워... 운무가 몰려오기전에 공룡능선을 당겨도 보고 느껴도 보면서 다시금 담아본다.


대청봉을 향하는 운무의 서북능선길을 바라보기도 하고...뒤돌아 보기도 하며...

한계령 건너편 점봉산을 조망하기 좋은 넓은 쉼터에서 쉬어가며...
이번 설악산행을 위해 거금 들여 준비한 새로운 도반인 배낭에게도 쉴 것을 권한다.
(앞으로 나와 함께 동고동락 할것이다. 그래서 배도 불룩하게 채워 주었다)


서북능선에서 바라본 점봉산(1,424m)
순식간에 몰려온 운해는 점봉산정을 지웠다 그렸다 반복하고...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엄습한다.


능선아래...점봉산아래 운무 드리운곳이 한계령인데...

지난 6월초 점봉산정상에서 한계령 너머 서북능선을 담은 그림
(이렇듯 계절은 쉬이오고 쉬이 가더라...인생도 함께 그렇게 흘러가리라...)

![설악산에서_060[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41/241/25/%BC%B3%BE%C7%BB%EA%BF%A1%BC%AD_060%5B1%5D.jpg)

서북능선에서 뒤돌아 본 귀때기청봉(1,578m)
새벽 한계령을 출발하여 서북능선을 흐르며 처음 열린 푸른하늘이기에 얼른 카메라를 눌렀다.
서북능선을 중심으로 오른편 점봉산..한계령쪽은 운해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이고...



한바탕 진땀을 쏟은 후에 끝청(1,604m)에 닿았다.
이제 중청대피소도 대청봉도 머지 않았기에 돌무더기위에 앉아 허기와 갈증을 달랜다.

끝청에서 중청으로 흐르는 산사면 군데군데 피어난 화려한 단풍이 나그네에게 미소를 보낸다.


중청봉 산사면을 흘러와 소청 대청 갈림길에서 중청대피소가 나그네를 반긴다.
짙은 운무에 대청봉은 전혀 보이지 않고 겨우 등산로가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끝청에서 흘러와 만나는 대청, 소청봉 갈림길(중청대피소가 내려다 보이는곳에 세워져 있다)

소청으로 흐르다 뒤돌아 본 중청봉의 둥글고 하얀 시설물에도 운무가 밀려온다.(중청봉 정상은 출입금지 구역)

몇발자욱 진행하다 뒤돌아 보니 어느듯 중청봉 꼭대기는 운무속에 사라지고...

지나온 끝청과 서북능선에도 뿌옇게 운해의 바다가...

소청아래 넓직한 공터에 세워진 푯말.
이곳이 공룡능선과 천불동으로 흐르고, 봉정암과 백담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오후 3시 소청산장에 닿았다.
산장아래 봉정암쪽 구곡담계곡쪽은 역시나 구름안개 가득하다.

일단 산장 평상에 앉아 뜨끈뜨끈한 국물의 컵라면부터 한그릇 비운다.
(그리고... 오늘밤 이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면서 눈물나는 설악의 아름다움을 담고 느껴 보리라...)

백담사, 봉정암쪽에서 출발한 산님이 숨을 헐떡이며 소청산장에 닿는다.
내일 새벽아침 나그네는 이 길을 내려서 봉정암을 들르고, 사리탑에 오를것이며 기나긴 구곡담계곡을 흘러
백담사에 닿을것이다.

소청산장에서 내려다 본 용아장성

산장 너머 운해에 가린 귀때기청봉 위로 노을빛이 지면서
산장에도 어느듯 어둠이 찾아 오고 있었다.
[ 그림 - 9.23 새벽아침 한계령휴게소에서 서북능선을 흘러 하룻밤 묵을 소청산장까지의 설악산행길 ]
♬ Gypsy Love Waltz - Werner Mull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