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6 임진강 참사’의 원인인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가 대남 정책을 둘러싸고 북한내 강경파인 군부와 온건파인 통일전선부, 외무성 등의 갈등에 기인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정부는 남측의 인적·물적 피해가 예상되는 휴일 새벽 시간대에 방류한 사실에 주목, 북한의 무책임한 결정 자체에 초점을 맞춰 해명을 거듭 촉구하는 한편, 조만간 재발방지대책 논의를 위한 남북 대화 개최를 제의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적 방류’를 정밀분석 중인 청와대와 통일부 등 복수의 안보 당국자들은 10일 “북한내 한쪽(군부)에서는 어떤 의도에서든 남측을 골탕먹이는 차원에서 대량의 물을 방류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남측에서 인명피해가 나는 등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비화하자 북한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특히 “온건파를 주축으로 한 외무성, 통전부 등 다른 한쪽에서는 최근 조문단 파견으로 조성된 유화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눈치”라며 “지난 7일 해명을 요구하는 남측의 전통문에 대해 북측이 즉시 응답하면서 ‘다음부터는 물을 내려보낼 때 미리 알리겠다’고 답을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 군부의 ‘의도’와 관련, 최근 남북간 유화분위기에 대한 반발을 표시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으나,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 내밀하게 사전조율을 거쳐 남측을 빨리 대화테이블로 끌어내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 참모는 이날 “황강댐의 수문은 군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뒤 “다만 현장 지휘관의 독단적인 결정인지, 평양 지도부와 논의를 거쳐 결정했는지는 아직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이 참모는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북한의 조치가 주말에 야영객이 있는 시간에 파급효과를 충분히 인식하고도 방류를 결정했다는 사실은 결정 자체의 무책임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 아직 수공인 지, 아닌지를 확정할 수는 없으며 군부가 반발해 이번 사태가 빚어졌을 가능성, 향후 전략 차원에서 수공을 연습하고 남측의 대비태세를 점검했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 놓고 진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참사의 내부책임 문제와 향후 대응책을 정리하고 난 뒤에나 임진강 공동관리를 위한 대화를 제의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협·방승배기자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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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 "北 댐방류 국제관습법 위반"
"1997년 국제협약 직접 적용은 안 돼"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조준형 기자 =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는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 국제관습법에 위반된다는 쪽으로 법률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0일 "북한의 행위가 국제법규에 저촉되는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북한의 댐 방류 행위를 직접 규율하는 국제법규 또는 협약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관습법에는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댐 방류에 대해 1997년 제정된 유엔의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에 관한 협약'의 위배 여부를 중점 검토했으나 협약이 발효되지 않았고 한국과 북한 모두 가입돼있지 않아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이 국제협약이 국제사회의 관습법을 성문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행위가 관습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관계부처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특히 북한의 행위가 '가해국은 손해가 일어났을 경우 보상을 위해 피해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에 관한 협약' 7조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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