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휴식~/시사,이슈,흥미,관심

북한, 전격 화폐개혁 ‘5가지 이유’ 는 뭘까?

마니쏘리 2010. 6. 14. 10:14

 

[동아일보] ■ 소식통들이 전하는 ‘北 사회 혼란’

상점들 문닫고 장거리 버스 운행 멈춰

하루벌이 상인들 식량 구하기 전쟁

대학 기숙사 외부와 차단한채 화폐교환

주민들 분통에 보위부 등 순찰 강화

《북한의 화폐개혁 사실을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보도한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와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이 발행하는 ‘오늘의 북한 소식’ 등 북한 소식지들은 1일 이번 조치로 인한 북한 내부의 혼란상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데일리NK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폐교환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0일 오후 북한 장마당(시장)과 직장 업무가 일제히 중단되는 등 대혼란이 발생했다”며 “평안남도 평성에서는 서둘러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외지 장사꾼과 출장 나온 사람들이 한꺼번에 역으로 몰려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좋은 벗들은 물건을 파는 상점과 목욕탕, 식당 등이 거의 다 문을 닫고 장거리 버스 운행도 중단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데일리NK는 “장마당이 지난달 30일자로 사실상 마비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상인들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식량을 구하는 모습도 발견되고 있다. 또 전화량 폭주로 전신전화국의 광케이블 자동교환기 작동이 중지되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내부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전했다. 또 “신권을 구경하기 위해 은행 앞에 사람들이 모였으나 ‘오늘은 화폐 교환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원의 말에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소식지들은 또 당국이 가구당 10만 원만 새 돈으로 바꿔주기로 해 애써 번 돈이 휴지조각이 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도 “현재 장마당의 물건 거래가 모두 단절된 상황이며 상인이나 주민 모두 당국의 처사에 거센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고 거칠어진 현지 민심을 전했다. 한 소식통은 “지금은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아무도 (공화국을 위해) 싸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역전이고 장마당이고 온통 아수라장이다”라고 전했다고 데일리NK는 보도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은 “겨울을 준비하려고 두 달가량 고달프게 장사해 번 돈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처럼 되고 보니 눈앞이 아득하고 손에 맥이 탁 풀린다”고 말했다고 좋은 벗들이 전했다. 함경남도 혜산에서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여성이 화폐개혁 방침을 전해 듣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실신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도 목격됐다고 데일리NK가 보도했다. 내부 소식통은 “다른 장사꾼들은 그나마 중국 돈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쌀 장사꾼들은 모두 우리 돈으로 값을 계산하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좋은 벗들은 또 대학교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은 1인당 3만 원까지만 헌 돈을 교환할 수 있다며 흉흉한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 당국은 기숙사 정문을 차단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은 뒤 화폐교환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학생들이 바깥으로 나가 3만 원이 넘는 돈을 바꿀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소동을 막기 위해 인민보안원(경찰)과 국가안전보위부 지도원들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당국은 간부들과 사법일꾼(사법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고 진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또 직장 출근을 독려하기 위해 출근자에 한해 1인당 500원까지 추가로 교환해주고 ‘10만 원 이상의 돈은 버리지 말고 보관금 명목으로 바치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좋은 벗들은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北 화폐개혁 대혼란… 상거래 사실상 중단

 

[동아일보] 인민반장이 집집마다 걷어

10만원 넘는 돈 강제 저금

중소상인들 가장 큰 피해

‘큰손’들은 현물 쥐고 관망

북한은 1일 평양 주재 각국 외국공관에 기존 화폐 사용을 중단한다며 새 화폐로 교환할 것을 공식 통보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 외무성 관리가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기존 북한 화폐 사용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각국 외교사절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전격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북한 내부 상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는 등 사회 전체가 충격과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소식통은 “화폐교환 시기는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라며 “옛 화폐와 새 화폐의 교환비율은 100 대 1”이라고 전했다. 화폐교환은 개개인이 직접 은행에 가서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민반장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화폐를 걷은 뒤 한꺼번에 교환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일 새 화폐의 도안과 최고액권 등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가구당 교환 한도를 옛 화폐 기준 10만 원으로 제한했다. 즉 현행 100원을 1원으로 바꿔줘 가구당 새 화폐를 최대 1000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또 10만 원이 넘을 경우 조선중앙은행에 저금하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저금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교환비율을 200 대 1을 적용한다. 그러나 저금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1992년에도 교환한도인 300원 이상을 저금하게 한 뒤 제때 돌려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정은에게 ‘경제권력’을 넘겨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즉 시장경제세력을 죽이고 현 권력층인 공산당원 등 3남에게 우호적인 세력들의 힘을 키워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조치로 가장 손해를 보는 계층은 장마당(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라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화폐개혁이 끝난 뒤 국가에서 정한 가격으로 식량을 팔도록 통제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장마당은 더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러나 화폐개혁이 부유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1992년 화폐개혁에 덴 경험이 있는 ‘큰손’들은 달러나 위안화로 결제해온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유층은 물품을 깔고 앉아 사태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북한, 전격 화폐개혁 ‘5가지 이유’

[중앙일보] 북한이 전격적으로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은 다목적용인 것으로 풀이된다.

1. 인플레를 잡아라=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할 다급한 사정이 화폐 개혁의 주 목적으로 분석된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과 생필품 가격을 인상한 2002년 7·1 경제관리조치 이후 가속화된 화폐 가치 하락은 북한 경제의 아킬레스건이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17년 만의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7·1조치 당시 북한은 월평균 100원이던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3000원으로 대폭 올렸다. 이에 맞춰 30배 이상 올라간 물가는 경제의 부담이었다. 구화폐와 신권의 100대 1 교환은 이번 조치의 초점이 인플레이션 잡기에 맞춰져 있음을 나타낸다. 79년과 92년은 1대 1로 화폐를 교환했다.

2. 장롱 속 돈을 거둬들여라=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에선 개인 장사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특히 일부 부유층 주민들은 벌어들인 북한 화폐를 집 안에 몰래 쌓아두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이 이용하는 은행 격인 저금소에 예치할 것을 독려했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자율이 낮은 데다 지급 보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돈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바람에 원자재 부족 등으로 생산공장이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 개혁은 한마디로 돈을 돌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3. 부정축재를 색출하라=예고 없는 화폐 개혁은 부정하게 돈을 벌어 몰래 보관하고 있는 일부 부유층과 특권층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당의 묵인 하에 개인 사업 등으로 돈을 번 신흥 자본가 그룹인 속칭 ‘돈주’(자금주나 돈줄을 의미)가 그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실각하거나 숙청된 북한 노동당과 군부 고위층 인사 중 상당수가 부정축재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다”며 “특히 집 안에 달러를 숨겨뒀다가 적발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다 같이 못 사는건 괜찮다’는 이른바 균빈(均貧)의식이 깨지면서 당의 과업이나 생산 실적보다는 개인 장사에 치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뇌물을 받아 축재하거나 개인이 공금을 착복한 보고를 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격노해 이번 조치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북한 관계자들 사이에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계층은 이번 조치로 가장 크게 된서리를 맞게 될 것이란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4. 외환의 이중구조 타파하라=15만원이라는 제한된 금액(가구당)만을 교환해줌으로써 상당액의 구화폐를 사장시킬 경우 북한 돈의 가치가 상승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7·1조치로 과거 달러당 2.16원 수준이던 환율은 150원대로 뛰었다. 하지만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3000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이런 외환 관리의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고 외환 암거래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조치로 북한의 외화 환율이나 대외 결제 체계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러 등 외화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위안화의 통용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5. 후계체제를 공고화하라=셋째 아들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150일 전투’라는 형태로 경제 부문의 생산력 제고 운동을 펼친 북한은 이달 말 종료를 목표로 ‘100일 전투’를 추가로 진행 중이다. 후계 문제가 당장 가시화하지 않더라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선포한 2012년을 겨냥한 경제 성과 챙기기는 김 위원장이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