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커다란 이기심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열정적인 영혼을 가진 사람은 자존심이 세서 많은 고통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사랑에 빠지면 언제나 상대방의 영혼을 빼앗으려 하는데, 그것은 죄악이랍니다(산도르 마라이 ‘결혼의 변화’ 중에서).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치고 빠져야, 밀고 당겨야, 열망하다 외면해야 성공이 오래 갑니다. 이번 주는 자칭 국내 1호 연애 전문강사라는 이명길 씨의 ‘연애 feel살기’(BCM미디어)를 권해드립니다. 저자는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미 ‘여우들이 궁금해하는 늑대들의 진실’이란 책으로 친숙합니다. 이번 책은 한마디로 스낵처럼 단순간에 아삭아삭 깨물어 버리는 사랑이 아니라 알사탕처럼 오래 빨아먹을 수 있는 연애의 요령을 말해줍니다. 또 ‘기브’만이 강조된 아름다운 사랑은 금방 깨질 확률이 높다고 충고합니다. 그보다는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지는 즐거운 사랑을 권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름다움보다 즐거움을 추구하라는 것이지요.
저자는 만남의 순간에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방법, 캄캄한 영화관에서 나란히 앉아 써먹는 기술, 비 오는 날 써먹는 기술, 같이 길을 걸어갈 때, 립글로스를 쓸 때, 음식점에서 “미 투!(Me too!)”라고 외치며 맞장구치는 기술 등등 구체적인 현장에서 실전 요령을 설명합니다. 상대와 빨리 친해지고 싶다면 인사를 나누면서 상대의 몸을 슬쩍 건드려 보라고 합니다. “어, 잠시만요?” 하는 거지요. 그러면서 상대방의 머리나 어깨에서 검불 같은 것(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을 떼어주는 것이지요. 저자는 작은 스킨십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민감하다고 말합니다. 또 옆 자리에 괜찮은 여성들이 있을 때 생일 케이크로 작업 거는 요령은 탄성을 발하게 합니다.
- 나오키상 수상작 ‘꽃밥’으로 이 칼럼에서 한번 소개 드렸던 슈카와 미나토(朱川溱人)의 매혹적인 호러집 ‘새빨간 사랑’(노블마인)도 함께 권해드립니다. 제목에서 언뜻 눈치 채셨겠지만 애잔하면서도 로맨틱한 호러가 독자를 압도합니다. 시체와 유령이 등장하는데도 처연한 미학을 느끼게 합니다.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렸는데요, 첫 이야기 ‘영혼을 찍는 사진사’는 죽은 동생의 시체 사진을 찍어주는 내용입니다. 언니 사나에는 한적한 산속에서 동생 유리카의 시신 사진을 찍어준 다음 화장(火葬)합니다. 며칠 후 시체 사진을 찍어주는 장례회사로부터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동생의 사진이 도착하는데, 언니는 그만 동생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습니다. 그러다 이야기는 병원의 간호부장이 언니를 찾아오면서 본격 호러물로 급진전합니다. 간호부장은 사나에에게 동생의 시체를 분명히 화장했느냐고 묻는 겁니다. 언니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원래 동생 사진을 찍었던 장소를 찾아갑니다. 이런 이런 이런…. 언니의 애인이었던 하루키라는 남자가 시체인 유리카와 그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루키는 말로만 듣던 시간(屍姦)을 하는 변태였던 겁니다.
이번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성인용 잔혹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에 실린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M이라는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두 팔을 잘라내는 매춘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러의 참 맛은 위험에 있습니다. 어느 날 내 안에 잠복한 원초적 욕망이 기습적으로 폭로될 수도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