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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구 "민마루 주택

마니쏘리 2010. 5. 25. 22:27


▲ 고양시 일산구 풍동에 위치한 ‘민마루 주택’ 전경.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건축가의 집’


고양시 일산구의 ‘민마루 주택’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자 한 건축가가 지은 집이다. 본채와 사
랑채로 구성된 민마루 주택은 자연 속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존재한다. 적삼목과 콘크리트, 나무와
마당, 데크와 창 등 각각의 재료와 공간들이 조화된 주택은 자연에 가까워지려는 건축가의 욕심을 드
러내고 있다. 나무숲 속에 자리잡은 ‘민마루 주택’의 건축 세계를 들여다본다.


◆ 촬영 협조 /가와종합건축(02-3445-0051)



▶ 1층의 거실 부분.
서쪽으로 낸 거실의 전
면창을 통해 석양빛과
신도시의 불빛을 감상
할 수 있다.



◀ 주택의 정면 부분.
우거진 참나무와 상수
리나무 사이로 주택의
모습이 보인다.

1층 테라스는 마치 한
옥집의 누마루처럼 보
인다.

▲ 화랑의 옥상에서 본 지하층의 마당. 주택의 각 층들은 마당 혹은 데크와 만난다.


▲ 1층 정원에서 본 주택의 현관부. 마치 조형물을 보는 듯하다.


▶ 측면에서 본 주택
전경. 나무숲들이 우거
져 주택의 모습이 제대
로 보이지 않는다.

온전한 주택을 모습을
보려면 겨울이 돼야 가
능하다. 오른쪽 건물이
화랑이다.



▶ 주택의 외장재는 주변이 나무숲과 잘 어울리는 적삼목을 주로 썼다.


나무와 마당, 창문이 어우러진 ‘누마루 주택’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환경을 생
각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
식이 됐다. 그 까닭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면 그는 분명 2세기를 사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21세기는 두말할 것 없이 자연 친
화가 대접받는 시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면서
도 그것을 거스르며 산다. 무분별한 개발
이며, 생각 없이 지은 집들이 그렇다.

일산구 풍동에 자리잡은 민마루 주택은 자
연과 어울리는 자연스런 집이다. 건축가
스스로도 “대지 위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
도 쉽게 생각하지 않고 지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자연에 가까운 집,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집을 지으려고 노력했다는 것.

민마루 주택은 이곳의 옛 지명인 ‘민마루’
에서 따왔다. ‘야트막한 마루’라는 뜻인
민마루는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붙여진 이
름처럼 보인다. 민마루의 언덕배기에 올라
서면 앞동네의 정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마치 옛 한옥집의 대청마루에 올라선 것처
럼 말이다.

민마루 주택의 1층 테라스를 ‘누마루’처럼 만든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테라스를 통해 낮이면
앞동네의 정경이, 밤이면 신도시가 뿜어내는 아파트촌의 불빛을 감상할 수 있다. 전원과 도시의 정
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테라스의 데크를 받치는 나무기둥도 한옥집집의 대들보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누마루 주택’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민마루 주택은 진입로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침목들이 작은 울타리를 만
들고 있다. 외형상 민마루 주택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이 침목들이다. 세월이 흐르면 민마루 주택
역시 이 침목들처럼 고즈넉하게 나이 들어갈 것이다.

민마루 주택은 살림집인 본채 1채와 사랑채 1채로 이뤄져 있다. 본채인 주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
의 규모이고, 사랑채는 ‘터치 아프리카’라는 이름을 단 화랑으로 쓰인다. 건축 대지가 앞뒤 9m의
레벨 차이가 나는 삼각형 모양인 까닭에 본채와 사랑채는 팔(八)자로 어긋나 있다.

민마루 주택은 실은 건축가 자신의 집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스스럼 없이 “임상 실험을 거칠 수 있
었다.”고 말한다. 나무와 같은 자연 재료를 주로 사용한 것과 실내의 창틀을 모두 목재로 꾸민 것
도 이 때문이다. 집 내부도 웬만한 재료는 다 나무를 사용했다. 사람에게 나무만큼 친근하고 자연에
가까운 소재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랑채인 화랑은 질박한 느낌이 나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주택은 주변의 나무 숲과 잘 어울
리는 적삼목을 주 외장재로 삼았다. 주택의 뒷부분은 시멘트로 지었는데 이는 좁고 긴 주택의 모양
을 줄여보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가 배어 있다.

▲ 1층 복도.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거실과 주방, 방이 배치돼 있다.(왼쪽 사진) 2층의 파티오는 소나
무를 해치지 않기 위해 천장 부분을 완전히 개방했다. 하늘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채롭다.
(오른쪽 사진)


주택 전체의 단면은 총 4개층 높이로 나누어져 있다. 진입로와 지하 1층, 지상 1층, 지상 2층의 각
공간들은 모두 땅에 접하면서 각자 조그마한 마당 또는 목조 데크와 만난다. 레벨 차이로 인해 구조
적 계획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집의 외부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도 단연 마당이다. 주택과 화랑
사이의 마당은 주차 공간이면서 화랑의 마당이다. 또 현관 앞의 마당은 주택의 정원이면서 화랑의
옥상과 연결된다.

주택의 내부도 마당이나 데크와 이어져 이른바 밖과 연속된 공간으로 작용한다. 서쪽으로 난 1층 테
라스의 데크는 밖의 참나무와 상수리나무와 만난다.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데크 한쪽에 구멍을
낸 배려도 눈에 띈다. 그래서 데크 위로 뻗은 나무들은 주택과 함께 호흡하면서 성장한다.

또 소나무 숲이 있는 2층의 파티오(Patio)는 소나무를 해치지 않기 위해 천장 부분을 완전히 개방했
다. 때문에 개방된 파티오는 실내와 밖을 연결하는 매개물이 된다. 특히 하늘과 어우러진 소나무 숲
의 정경은 파티오의 분위기를 한층 돋궈 준다.

1층의 실내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거실과 방으로 꾸며졌다. 거실은 테라스의 전면창을 통해 밖을 조
망할 수 있으며, 서향을 택한 까닭에 여름이면 석양빛이 거실로 밀려든다. 2층은 거실 부분에 자녀
들의 방을 들였고, 1층과 마찬가지로 긴 복도를 통해 가족실과 안방을 만들었다. 가족실은 파티오와
이어지고 안방은 후원 데크와 연결된다.

민마루 주택은 곳곳에 창이 나 있다. 각각의 창들은 자연과 교감하는 통로가 된다. 창을 통해 흙과
마당을, 나무와 돌을 그리고 사람을 만난다. 민마루 주택은 사시사철 옷을 바꿔 입는다. 주택의 온
전한 모습을 보려면 나무들이 옷을 벗는 겨울이 제철이다. 여름에는 우거진 숲 속으로 홀연히 자취
를 감춰 버린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 있으랴. 그것이 바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자 한 주택의 본
래 모습인 것을.


최삼영은 경상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홍익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했다. (주)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쌓았고 현재 (주)가와종합건축 대표로 재직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연희동 주택 ‘단설’,
성동노인종합복지관, 고양시 덕양구청사 등이 있고 한국건축문화대상(2000)을 수상하기도 했다.

( 출처 : 주택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