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랑루즈'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코미디 프로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고 이주일씨가 선전으로 나왔던 이태원의 '극장식당 무랑루즈'다.
물론 어렸기 때문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내 어린 기억에 이주일씨의 인기와 함께 깊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다.
훗날 이주일씨는 고 정주영씨 밑에서 통일국민당으로 출마해 구리시에선가 국회의원까지 당선됐지만 암으로 사망했다.
당시 뜻도 모르면서 무랑루즈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는데 바로 사진처럼 '빨간 풍차'라는 프랑스 말이다.
여자가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 루즈도 여기서 유래했다.
원래는 ‘루즈 아 레브르(rouge à lèvres)'였는데 그냥 루즈로 부르게 된 것이다.
근데 왜 빨간풍차라는 '무랑루즈'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을까?
무랑루즈는 파리 몽마르뜨 언덕 아래에 있는 카바레의 하나로 윗 사진처럼 빨간 풍차로 장식됐다.
삐갈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한 때 가난한 화가와 예술인들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며 토론을 하던 곳으로
낭만과 예술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관광객과 스트립쇼가 열리는 환락가다.
아무튼 무랑루즈는 샹젤리제 거리의 Lido, Crazy Horse와 함께 스트립쇼나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파리의 대표적인 공연 무대다.
이곳에서 춤을 추는 무희들은 전세계에서 내노라하는 몸매를 자랑하며 입단 경쟁률도 치열하다.
물론 이 곳을 거쳐 영화배우 등으로 발탁되는 경우도 많다.
아무튼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곳 무랑루즈로 미끈한 무희들과 화려한 무대, 프렌치 캉캉춤이 벌어지는 낭만의 장소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무랑루즈로도 유명하다.
한편 무랑루즈 하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란 화가를 빼놓을 수 없다.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어려서 사고를 당해 키가 152cm까지 밖에 자라지 않았다.
인상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풍경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대도시의 화려한 캬바레나 공연, 그리고 창녀촌 등을 화폭에 담았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무랑루즈의 선전 포스터와 간판 그림들이었다.
캬바레였던 무랑루즈의 장식과 공연들이 로트렉에게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파리지앙들은 무랑루즈 이야기 속에 툴루즈 로트렉의 삶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환락과 화려함으로 치장된 무랑루즈의 풍차 뒤에는 수많은 창녀들의 눈물과 애환이 얼룩져 있으며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 난장이 화가 로트렉의 불운한 삶과 예술적 열정이 배어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