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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에 시련을 묻고 구원을 캐다

마니쏘리 2010. 3. 28. 08:41

바위산에 시련을 묻고 구원을 캐다
2007.05.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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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에 시련을 묻고 구원을 캐다
터키 카파도키아
글 ·사진 박하선 오지사진작가


 ◇ 야외 박물관 동굴 벽면에 그려진 수많은 성화들은 지금까지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터키의 중앙 평원에 있는 카파도키아는 화산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분화구가 많고 절묘한 계곡과 산등성이로 이어지는 독특하고도 매혹적인 경관이 가히 환상적인 곳이다.
일찍이 성서에도 여러 번 언급이 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곳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였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 흔적들이 곳곳에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카파도키아를 보지 않고는 터키를 논하지 말라는 말 때문에 터키에 다다른 이들은 그 어느 방향에서 오건 모두들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 하면서 발길을 재촉한다.
그렇지만 카파도키아의 볼거리는 워낙 드넓게 흩어져 있어서 딱 부러지게 어느 한 곳만 고르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단체 관광객들은 일단 네브제히르, 아바노스, 위르구프라는 군소 도시들을 연결하는 카파도키아의 중심지역으로 모여들어 베이스캠프를 정하고 환상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개인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따로 있다. 그곳은 바로 위 세 지역의 중심에 해당하는 괴레메다.
언덕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괴레메의 첫인상은 지구 풍경이 아니었다.
마치 동화 속의 달나라에라도 온 듯한 기괴한 모습으로 나를 맞고 있었다. 회색빛 거대한 원추형 바위들이 곳곳에 솟아 있는데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 틈새에 집들이나 모스크가 옹기종기 몰려 있으면서 그 골목길을 노새가 끄는 달구지가 지나간다.
여기에다 여행객들이 머무는 숙소들이 모두 그 원추형 바위 속에 뚫려 있는 옛날 동굴들이었으니 어찌 동화의 세계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카파도키아 첫날은 이런 설렘으로 시작되었다.

바위동굴 속 별천지로 들어가다

괴레메 뿐만 아니라 이 일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원추형 바위들은 죽순처럼 솟아 있는 것 아니면 버섯 또는 잔뜩 성난 남근처럼 생긴 것들인데, 그 크기가 모두 집채 이상이다.
또 여기에는 한결같이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비둘기 집처럼 보인다. 이곳 사람들이 과거에 동굴을 파서 주거 공간이나 가축우리로 사용해 왔다는 표시다.
거의 사막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불같은 태양열을 피해 손쉽게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데 이런 동굴이 안성맞춤이었을 터.
이러한 주거 형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4세기경부터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 기독교도의 흔적이다.
이 일대 터전을 잡은 기독교도들은 원추형 바위들을 파 들어가 주거 시설은 물론 많은 교회를 만들었다. 화산재로 이루어진 바위들은 갈고 다듬는데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수많은 성화들은 지금까지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괴레메 야외 박물관이다.
괴레메∼위르구프 간 도로변에 있는 이 박물관은 한곳에 몰려 있는 많은 동굴 교회를 있는 그대로 모습대로 관리하고 있다. 이 교회들은 비잔틴 제국 시대의 카파도키아 기독교가 만들어 낸 유산이다. 대부분 4세기와 10세기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상당수 아직도 선명한 성화들을 남기고 있다.
초기의 초상화 작품도 상당부분 남아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들은 모두 르네상스 기간(11∼13세기)에 그려진 것들이다. 그렇지만 과거 이슬람의 침공으로 많은 것들이 훼손되었고, 이곳을 지켜 오던 성직자들도 역시 이슬람 정권인 근대 터키 공화국이 설립되면서 모두 그리스로 축출되어 오늘날 관광객들만 줄을 잇고 있다.
비록 박물관 취급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인근의 젤브 계곡을 비롯한 곳곳에도 수많은 동굴 주거 흔적들이 있고, 어김없이 키리세(Kilise)라고 하는 교회들이 있다. 또 키리세에는 성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실크로드를 따라오면서 수많은 불교 석굴들을 봐서일까.
조금만 떨어져서 본다면 기독교의 성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키리세의 분위기 또한 고대 불교 석굴과 너무 흡사한 느낌이다.
이러한 동굴 주거지는 모두 지난 시대의 산물들이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텅 빈 채 버려져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이곳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수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아주 좋은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 괴레메 사람들은 너도나도 버려져 있던 동굴 집을 손봐서 숙소나 레스토랑을 만들어 관광객 유치 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상의 덕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원추형 동굴들 중에는 6층까지 방이 마련되어 고층 빌딩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것도 있다. 카파도키아 날씨는 참 변덕스럽다.
아침에는 그렇게 청명하던 것이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덮는다. 그러다가 번개와 천둥이 치다가 결국 장대 같은 소나기를 퍼붓고 지나간다.
잘못하면 물에 빠진 생쥐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계곡의 텅 빈 동굴 속에서 비를 피하면서 괴괴한 광경을 지켜보는 것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이다.

 ◇ 괴레메의 바위 지대에 남아 있는 동굴 주거지.


머리카락 한 올로 행운을 뽑는다

도자기로 유명한 아바노스가 있다. 대로변, 골목길 할 것 없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도자기 관련지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너도나도 도자기 예술가라고 뽐내면서 자신의 작업장에 들려주기를 간청하는 바람에 조금 귀찮아진다.
이럴 때 한 사내가 다가와 명함을 내밀면서 내 발길을 이끈다. 별 기대 없이 따라간 곳에 체즈 갈립(Chez Galip0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또 다른 도자기점이겠지 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아바노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단체 관광객들이 아바노스를 찾을 때 맨 먼저 들리는 곳으로 아주 특이한 것이 있었다. 동굴 온 사방의 벽면이나 천장에 해묵은 거미줄처럼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있었다.
이 괴기스러운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가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이었다. 머리카락 주인의 주소·이름·전화번호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모두 저희 가게를 방문한 세계 여성들의 머리카락입니다.” 놀라운 표정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내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해 15년 동안 수집한 건데 이제 백만을 넘었어요. 기네스북에도 올랐습니다. 이 가게를 방문하는 여성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가 있지요.”
그리고 나는 여자가 아니어서 유감이라고 했다. 일년에 한 번씩 무작위로 열 개를 뽑아 그 행운의 주인공을 카파도키아로 초청하는데 숙식과 교통편을 비롯한 2주 동안 모든 경비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금발·은발·흑발이 뒤섞인 세계 여성의 머리카락 박물관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훌륭한 관광자원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한국인의 머리카락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보았지만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평온한 풍경 속에 묻은 시련의 역사

좀 더 멀리 드넓은 평원을 달린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밀밭이 푸르다. 사이사이에 곧게 솟아있는 미루나무들이 그림 같고, 밭에서는 농부들의 일손이 바쁘다. 기기괴괴한 것뿐만 아니라 이처럼 평온한 풍경도 드넓게 펼쳐지는 곳이 바로 카파도키아다.
그러나 이 평온한 곳에 과거에 엄청난 시련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곳이 있다. 그것이 바로 데린쿠유라는 지하도시다.
마을의 평지에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이 있다. 그 모습이 하도 초라해서 별것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줄을 잇는 관광객들에 섞여 내려간 어두컴컴한 곳에는 엄청난 땅 속 세계가 있었다. 과거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 살았던 지하도시다.
미로와 같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이곳은 지하 8층의 구조로 가장 깊은 곳은 76m나 된다. 마치 개미집 같은 곳에 교회·주거시설·학교·샘·공기통로 등을 마련하고 약 2000명 정도의 기독교인들이 살았다고 한다.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동굴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구조가 하도 복잡해서 안내인 없이는 돌아다닐 수가 없다. 기다란 통로는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서로 엇갈려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좁다. 침입자들의 추적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관광객이 줄을 잇는 이곳에서 만일 정전이라도 된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고, 지진이라도 일어난다면 그대로 생매장이 될게 뻔하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당시의 기독교도들은 이 속에서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오랜 세월을 살았다. 종교적 박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생각하게 한다.
카파도키아는 땅 위와 아래 어디를 가리지 않고 발길 닿는 곳마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저 멀리 만년설이 하얗게 빛나고 있는 핫산을 바라보면서 시골길을 달린다. 빨간 지붕의 시골집들이 정겹다. 그 속에는 어김없이 모스크의 첨탑이 하나 우뚝 솟아있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모여 있는 묘지에서 들꽃들이 실바람에 살랑거리고, 노인네를 태운 노새 한 마리가 힘겹게 언덕배기를 오르고 있다.
과거 실크로드 상의 숨은 얘기를 간직하고 있는 셀리메라는 조그마한 마을이 이번엔 발길을 붙잡는다.
이래저래 카파도키아의 여정은 무르익어 간다. 그래서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다’고 했던가.

 ◇ 셀리메라는 조그만 마을의 시골길에서.


길잡이

터키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얼마 전까지 아시아나 항공이 이스탄불로 직항했으나 현재는 터키 항공이 운항하고 있다.
그밖에 방콕에서 요르단 항공이나 태국 항공을 이용해 앙카라 또는 이스탄불로 가는 방법이 있다. 또는 그리스 사모스 섬에서 배를 타고 에게 해 쪽 터키 관문인 쿠자다시로 일단 간다.
불가리아 쪽에서 육로로 터키 국경을 넘어 입국하거나, 이란 쪽에서 터키 동부의 국경을 넘는 방법도 있다. 어느 곳에서 시작을 하든 카파도키아 지방으로 가는 버스 노선은 많다.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 관광 거점인 괴뢰메까지는 약 12시간 걸린다.
터키 여행은 봄과 가을이 가장 좋다. 관광 성수기는 여름이지만 너무 덥다. 겨울철은 전반적으로 날이 흐린 날이 많을 뿐만 아니라 중·동부 지역은 굉장히 춥고 교통이 불편해 행동 반경이 위축되기 쉽다. 봄철에는 보통 오후에 소나기가 많다.
터키 중앙 평원에 위치한 카파도키아 지역은 광활해서 볼거리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괴뢰메에서 여러 명이 렌터카를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운전사가 딸리면 하루에 보통 미화 70달러 정도다.
괴뢰메 야외 박물관, 우치사르의 성채와 자연경관, 아바노스 각종 도자기 예술과 작업실 견학, 오르타히사르 성채와 마을들, 카이마클리와 데린쿠유의 지하도시.
그 밖의 여러 계곡들에서 초현실주의적 풍경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가는 곳마다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는다. 학생은 할인이 되는 곳도 있으므로 국제 학생증을 준비하면 좋다. 숙소와 식당이 곳곳에 잘 갖추어져 있어 편하다.
수영장까지 갖춘 ‘TOURIST HOTEL’이 60∼70 달러 정도 한다. 하지만 괴뢰메에는 특유의 동굴을 여행자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 많아 배낭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요금은 보통 10∼15달러 정도다. 대표적인 식당으로 SEDEF의 한 끼 식사가 4∼5달러 정도.